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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조 헤지펀드 시장 잡으려면 ‘우리끼리...’하는 순혈주의 버려야
작성일 : 2016-03-30 13:50:57 조회수 : 389

ECONOMY Chosun + Interview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
3500조 헤지펀드 시장 잡으려면 ‘우리끼리...’하는 순혈주의 버려야
 

이용성 차장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모(私募)펀드 운용사 자본금 기준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더해 한국형 헤지펀드의 최소 투자 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됐다. 이 때문인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기 힘들어진 투자자들 사이에 사모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초까지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 5000억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 적립액은 어느새 15배 넘게 불어났다. 업계에선 내년 말 시장 규모가 약 7조원까지 성장라히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안다’는 몽골어로 ‘의형제’라는 의미다) 회장은 소문난 투자 고수이자 국내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다. 이 회사가 지난해 8월 선보인 2호 헤지펀드(보이저•Voyager)는 출시 10분만에 500억원 넘게 모금하며 완판됐다. 규제 완화 이전이라 진입 장벽이 높았음에도 거액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려 화제를 모았다. 이에 앞서 2014년 선보인 안다 크루즈 1호 (설정액 2143억원)는 지난해 12%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1999년 설립한 코스모투자자문을 업계 1위 자문사로 키웠다. 2008년 코스모투자를 롯데에 매각했고 이후 해외 투자에 주력해 2011년 안다투자자문(2014년 운용사로 전환)을 설립했다. 안다는 현재 약 8000억원의 자금을 운용 중이며 이 중 5000억원이 해외 자금이다.
 
2013년에는 VIP투자자문과 손잡고 홍콩 현지 투자자문회사 페더스트리를 인수했다. 자문업계 최초 합작이며 해외 진출이었다. 35% 지분 인수지만 인수 후 5년 안에 일정 한도의 운용 자산을 초과할 경우 추가로 15% 지분을 인수하고 이후에도 10%를 추가 인수하는 옵션이 붙어있어 사실상의 경영권 인수로 볼 수 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혈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직원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외국인으로 채울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1일 금융 개혁 차원에서 사모펀드와 관련한 규제를 원점에 놓고 고민하겠다며 대폭적인 규제 완화 의사를 밝히는 등 헤지펀드(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입니다.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십니까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단순화하고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등 설립과 운용, 판매에 관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헤지펀드가 금융산업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기 위한 여러 요건 중 하나는 충족한 셈입니다. 파괴적 혁신자(disruptive innovator)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속적인 혁신자(sustaining innovator)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헤지펀드 규제 완화가 금융시장 선진화로 이어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운용자 수만 늘어난다고 단기간에 국제 경쟁력이 강화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지난해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은 나이지리아(79위)와 우간다(81)위보다 낮은 87위였습니다. 투자자의 금융 지식 함양과 장기 투ㅏ 문화 장착, 국제 경쟁력 있는 전문 인력 양성 등 갈 길이 멀지만, 제도권 금융기관의 경우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기업가 정신 부족으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매채널 다각화 등 하부구조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면 운용사는 창의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은 얼마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헤지펀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석사과정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총 3학기로 구성되며, 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인턴과정과 해외연수를 거쳐 안다자산운용에 취업할 기회도 제공된다. 안다자산운용은 전 학기에 걸쳐 최대 100%까지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헤지펀드는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지 궁금합니다
 
“매니저들이 절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싸웁니다.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고 사냥하듯 밤낮없이 투자 기회를 모색합니다. 헤지펀드의 투자 범위는 엄청나게 넓습니다. 기업공개(IPO)에서부터 이벤트드리븐(인수, 합병, 구조조정 등이 발생할 때 자산을 사고팔아 수익을 얻음), 롱숏(오를 주식은 사고(long) 내릴 종목은 주식을 빌려서 팔아(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이 섞인 상품)투자, 현물과 선물 차익 거래 등 돈 되는 건 다 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고군분투해서 승자가 되면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되지만 패자가 되면 서서히 사라지는 냉혹한 생태계입니다.”
 
 
국내에서 헤지펀드의 인기가 높아진 것과 대조적으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헤지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4%대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스타트업 성격이 강한 헤지펀드에서 진입과 퇴출이 활발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의 규모는 약 2조달러(2370조원)까지 성장하며 금융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저조한 수익률과 투명하지 못한 운용 방식, 유동성 부족이 겹치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전략 다각화와 투명성 제고 등 지속적인 혁신과 체질 개선 노력으로 2014년 말 자산규모가 3조달러(약 3500조원)에 달할 만큼 급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규제 완화로 헤지펀드 업계에 수많은 신규 진입자가 들어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선택과 적자생존 원칙에 따라 기관 투자가의 자금을 유치할수 있는 조직과 인프라를 갖춘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어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적대적인 경영 참여로 주가에 영향을 미쳐 단기 차익을 노리는 ‘먹튀’라는 인식이 있는데도 (행동주의 투자가) 선진국에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정당할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순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국제 금융시장의 행동주의 펀드 규모는 지난해 1300억달러에 달했다).
구태의연한 경영 방식과 후진적인 지배구조는 소액주주의 이익은 물론 기업의 장기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영자들은 객관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내용만 취사선택해 경영에 반영하면 됩니다. 경영진을 위협해 단기 주가 부양만을 노리는 비도덕적인 행동주의 ㅎ펀드는 자본시장의 치열한 장기 레이스에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홍콩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기업에 조언 부탁합니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자본금에 관한 규정이 없고 법인세율이 16.5%로 낮은데다 회사 설립 과정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잘 발달해 있어 외국인이 사업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반면 인건비가 비싸고 시장이 작아 중국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홍콩만 생각하고 사업을 벌인다면 금융업 외에는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해 들어 많이 하락했지만 비싼 곳은 서울 강남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 한동안 수익이 없어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영어가 서툰 중국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현지 사업에 종사하는 한국인에게는 부담일 수 있어요. 영어도 모자라 때에 따라서는 광둥어에 만다린까지 요구받기 때문입니다.“
 

 


 ►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본 홍콩의 마천루 <사진:블룸버그>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금융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금융 당국이 2011년 12월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절대 수익이라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수익을 보장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시장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하락장에서도 연 8% 안팎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
                                                                                                                                                        (3월 4일 기준)
펀드명 연초 이후 수익률 설정액(원) 설정일
라임 모히토 1호 7.64% 136억 2015년 12월 24일
파인밸류IPO플러스 7.29% 210억 2016년 1월 21일
디에스 수(秀) 5.50% 275억 2016년 2월 2일
하이 힘센 멀티스트래티지 1호 3.54% 270억 2015년 6월 29일
신한BNPP 명장 아시아퍼시픽 주식롱숏 1호 -7.76% 217억 2011년 12월 16일
쿼드 Definition7 그로벌 헬스케어 1호 -6.94% 545억 2015년 7월 1일
브레인 한라 1호 -12.24% 329억 2014년 3월 4일
대신 에버그린 롱숏 1호 -15.68% 265억 2013년 9월 27일
 
 
[2015년 수익률 10%를 넘긴 한국형 헤지펀드]
 
펀드명 2015년 연간 수익률 설정액(원) 설정일
마이다스 적토마 멀티스트래티지 1호 23.21% 1484억 2014년 10월 10일
하이 힘센 펀더벤탈롱숏 1호 12.69% 1151억 2012년 12월 28일
안다 크루즈 1호 12.65% 2143억 2014년 5월 15일
삼성 H클럽 하이브리드 1호 10.28% 1999억 2014년 10월 24일
 
[자료 : 금융투자업계]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금융 선진국의 필수 조건인 국제화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국내 금융사의 홍콩 지사에 나와 있는 사람들도 홍콩에서 한국 관련 업무를 보는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새로 비즈니스 개발은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혈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직원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외국인으로 채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 후강퉁(상하이-홍콩증시 교차거래) 시행에 이어 올해 선강퉁(선전-홍콩증시 교차거래)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는 빌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의 대표 우량주이자 성장주였던 국내 증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8위인 선전증시에는 정보통신과 의약, 소비재를 중심으로 중소 성장주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도시화와 내수시장 확대, 고령화 등 중국 시장의 흐름에 비춰 장기적으로 투자 전망이 좋습니다. 국제화와 선진화는 군ㄱ내 증시의 성장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중국 자본시장 개방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입니다.”
 
 
올해 경기 전망과 그에 따른 투자 전략에 대해 조언 부탁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팽창이라는 응급처방에 매달리면서 세계경제는 오랫동안 골디락스(Goldilocks, 저물가 속 경기호황)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전 세계 총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채 문제 해결은 성장을 통한 소득 증대나 물가상승을 통해 가능한데 세계 어디에도 이런 징후가 보이지 않아 결국 파산이나 뼈아픈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진국과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로봇과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 혁신 기술로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해 국가 간 교역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에너지 혁명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어려워 디플레이션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중앙은행간 공조는 올 한 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은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높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수적인 투자가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투자 고수로 꼽히는 최 회장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여러 회사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는 대학원 진학으로 방향을 틀어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을 앞둔 1989년 마침 국내 주식시장이 금리 인하와 유가 하락, 달러 약세의 3저(低)를 등에 업고 상승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기관이 대학졸업자가 선호하는 최고 직장으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민투자신탁(현 한화자산운용)에 입사한 최 회장은 운용부에서 일하며 투자 세계에 눈뜨게 됐다. 최 대표는 2009년부터 얼마 전까지 가족과 함께 홍콩 란타우 섬 북동쪽에 있는 디스커버리베이에 살았다. 홍콩 사무소가 위치한 센트럴 업무지구까지는 배로 출퇴근했다. 서울에 사는 지금도 한 해의 절반 정도를 홍콩과 미국 등 해외에서 보낸다. 운용자산 18조원으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운용사인 밸류파트너스 그룹의 공동 창업자이자 명예회장인 브니 예(葉維義)와 아시아 최고 갑부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차남 리처드 리 등 홍콩 재계 거물과 교분을 맺고 있다. 
 
 


최권욱
서강대 독문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현대투신운용(현 푸르덴셜자산운용) 펀드매니저,
1999년 코스모투자자문 창업, 현 안다자산운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