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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권욱의 글로벌마켓] 헤지펀드에 대한 합리적 규제 (2015.05.15. 기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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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1-22 17:11:45 조회수 : 375 | |
오피니언
►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대표 얼마 전 해외언론에서 헤지펀드를 일컬어 ‘스테로이드 맞은 뮤추얼펀드(Mutual Fund on Steroids)’라고 깍아내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첨단 금융기법을 활용하여 주식시장의 방향성과는 무관하게 금리를 뛰어넘는 안정적인 초과수익, 즉 소위 ‘알파’를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는 초기의 약속과는 달리 뮤추얼펀드나 다를 바 없는 시장수익률 즉 ‘베타’에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면서 레버레지만 엄청 높은 헤지펀드의 위험천만한 투자행태를 비꼬는 기사였다. 게다가 뮤추얼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수수료와 투자수익의 20%에 육박하는 성과수수료로 인해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가져가는 천문학적인 수수료수입은 만인의 질시와 미움을 받아 마땅해 보인다. 시카고에 소재한 ‘시타델(Citadel)’의 켄 그리핀(Ken Griffine)은 작년에 펀드수수료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의 개인포지션 수익을 합쳐 무려 1조3천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뒤이어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의 짐 사이먼(Jim Simon)은 1조2천억원, ‘브리지워터 어쏘시에이트(Bridgewater Associate)’의 레이몬드 달리오(Raymond Dalio)는 1조1천억원을 각각 벌었다고 한다. 글로벌 톱 25개 헤지펀드 매니저가 성과수수료 및 자신들 고유 포지션으로 2014년 한 해 총 11조6천억원, 평균으로 약 4000억원씩을 벌었다고 하니 일반인들로서는 언감생심이다. 특히나 세계 경제가 아직도 2008년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중앙은행들의 통화공급이라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겨우 생존하고 있는 와중에 투기꾼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엄청난 수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헤지펀드는 기회만 보이면 덤벼드는 잔혹한 투기성향과 높은 레버리지, 규제받지 않는 자유로운 투자행태, 비밀주의 등으로 인해 흔히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이런 헤지펀드의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당국은 한국금융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국형 헤지펀드'를 허용했고, 이제 도입 3년차를 맞아 3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헤지펀드가 과연 어떤 메카니즘으로 금융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어서 우리 금융당국은 그렇게도 ‘헤지펀드’도입에 적극적이었을까. 학술적 측면에서 헤지펀드의 금융시장 순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차익거래(Arbitrage trade)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둘째, 위험감수자(Risk Taker)로서 금융시스템에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의 기능을 한다. 그 밖에도 군중심리에 의해 시장의 변동성이 증대되었을 때 역발상투자(Contrarian Approach)를 통해 군중들과 반대포지션을 구축함으로서 과매도 또는 과매입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헤지펀드 회사를 현업에서 운용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런 학술적 논의들이 얼마나 이론적으로 헤지펀드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는지 실감이 잘 안된다. 오히려 헤지펀드의 가장 큰 경쟁력 또는 순기능의 원천이 무엇이냐고 필자에게 질문한다면, 헤지펀드의 성공 역시 다른 일반 기업의 성공요인과 다를 바 없이 ‘동물적 본능에 기반한 기업가정신’이 그 핵심이라고 답하겠다. 하버드대 2학년 때 친구들과 가족들의 자금(원화 약 3억원)으로 헤지펀드 회사를 시작한 켄 그리핀이나, 수학교수를 그만두고 1982년 르네상스테크놀러지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시작한 짐 사이먼, 뉴욕 증권거래소의 상품선물 트레이더였다가 브리지워터어쏘시에이트를 설립한 레이몬드 달리오 등의 성공은 타고난 천재성, 투자감각이 중요한 요인이었겠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에 충실하게 밤낮없이 투자기회를 모색하고 살을 베는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방식과 조직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혁신시켜 온 결과라 하겠다. 이런 기업가정신의 순기능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여러가지 우려와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를 ‘규제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적자생존’이라는 시장 메카니즘에 맡기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헤지펀드 운용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미국법에 따른 여러가지 번거로운 보고의무를 정기적으로 수행하지만 크게 불평을 하지는 않는다. 그 어떤 규정도 필자의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해할만큼 기업경영의 자율을 통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은 애초부터 자율에 입각한 창조적 ‘기업가 정신’의 고취와 ‘동물적 본능’에 기반한 혁신을 통한 산업 육성과는 본질적으로 다르게 진행된 듯 하다. 자본시장통합법은 2010년 헤지펀드를 도입하면서 공모펀드에 대한 방대하고 세밀한 규정들 가운데 특례를 만들어 일부를 적용 제외시키는 형식을 취하였는데, 이는 여전히 사모만 허용되는 ‘공모펀드’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부 운용상의 규제를 완화해주고 차입 및 파생상품투자한도를 늘려준 것이 헤지펀드의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한국에서 헤지펀드를 시작하려면 우선 자산운용사나 자문사 또는 증권사 인가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최소자본금 60억원과 일정 수준의 운용자산(자문사 5000억원 이상, 자산운용사 1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거기에다 공인교육과정을 수료한 ‘운용전문인력’ 3인 이상을 필요로 한다. 공인교육과정을 수료한 ‘운용전문인력’이라는 아이디어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시쳇말로 프로들이 벌이는 전쟁게임에 갓 사관학교를 졸업한 풋내기가 사관모자를 쓰고 나타나서 지휘하라는 격이다. 철학자 최진석교수가 쓴 ‘노자인문학’을 보면 노자의 <도덕경> 제17장에서 통치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최고의 단계 즉, 태상(太上)의 단계는 ‘하지유지(下知有之)’라 하여 아랫사람들이 통치자가 있는 줄은 알지만 지배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는 단계다. 백성들 자체가 ‘세계’이며 통치자는 그 백성들의 움직임을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는 ‘친이예지(親而譽之)’ 즉, 백성들이 통치자를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떠받들어 친하게 생각하고 명예롭게 여기는 단계다. 세번째 단계는 ‘외지(畏之), 백성들이 통치자를 두려워 하여 따르기는 하지만 통치자는 백성들의 자발적 지지를 얻기 불가능한 상태다. 마지막 제일 아랫단계는 ‘모지(侮之)’로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욕하는 최악의 단계다. 통치자를 지지하거나 따르기는 커녕 우스갯거리로 만들어 업신여기는 단계다. 이는 국가 지도자인 통치자에 해당되는 철학적 화두이겠지만, 금융기관을 관장하는 규제당국도 귀기울여 들을만한 문구라 하겠다. |